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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이런 저런 이야기

골프 선수의 우승을 보며 느낀 '마음가짐과 기세(氣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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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는 그 골프선수를 '준우승 전문가'라고 불렀습니다. 몇 년 전 프로 데뷔 이후 3승을 하며 떠오르는 스타였지만, 그 이후 2년 훨씬 넘도록 우승을 하지 못했던 거죠. 사실 우승만 하지 못했을 뿐이지, 상위 탑 10 성적에 꾸준히 들었고 우승 문턱에서 준우승만 아홉 차례나 했습니다. 최고 기량의 수많은 선수들과 겨뤄 준우승이 어디냐 하겠지만, 그러다 보니 '준우승 전문가'라는 말이 아예 틀린 말은 아닌거죠. 물론, 그 선수는  섭섭하기도 하겠지만 말이죠. 

공동 1위로 경기를 마치고 연장전에서 아쉽게 패한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렇게 연장전에서 무릎을 꿇을 때마다 "연장까지 온 것만으로도 잘했다."며 스스로 위로하고 조바심 나는 마음을 애써 달랬다고 합니다.

그런데, 골프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경기가 기세의 싸움입니다. 기세(氣勢)라는 것은 '기운차게 뻗치는 모양이나 상태' 또는 '남에게 영향을 끼칠 기운이나 태도'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졌습니다. 남에게 영향을 끼칠 정도인데 하물며 자신에게는 영향이 없을까요! 독하게 마음먹고 우승을 향하는 운동선수에게 '연장까지 온 것만으로도 잘했다'는 위안은 적당하지 않다는 것을 그 선수도 깨닫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그 선수가 2년 반 만에 우승했습니다. 이번에도 공동 1위로 올라온 선수와 2차 연장전까지 치르며 승부를 겨뤘습니다.

       "작년에는 연장까지 온 것만으로도 잘했다며 안주했는데 정말 많이 후회했다.
        오늘도 연장 첫 번째 홀 티샷할 때 캐디를 맡은 아빠가 '여기까지 온 것도 잘했다'고
        말씀하시길래  '그런 생각 마시라'고 했다. 이를 악물었다."


이를 악물며 연장전를 치르며 결국 '준우승 전문가'라는 징크스를 떨쳐내고 우승을 하게 된 것입니다. 실력보다 더 앞서 있는 게 바로 기세였던거죠. 승리는 기세의 싸움입니다. '아무리 강한 로마군이라도 기(氣)가 센 군사에게는 진다'는 속담이 몇 백 년 전에 생긴 건 우연이 아닙니다.

 

** 이렇게 멋진 우승을 한 그 선수는 박현경 프로입니다. 

 

 

☞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우승 참고기사

    https://www.yna.co.kr/view/AKR20231029048100007

 

 

머리칼 자르고 준우승 9번 고리 끊은 박현경 "이를 악물었죠" | 연합뉴스

(서귀포=연합뉴스) 권훈 기자 = "머리칼을 잘라내면서 근심과 걱정도 함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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