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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회 온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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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주말같으면 위병소 옆 면회실이 북적북적될만도 할텐데,
이번 일요일은 면회객이 한명도 없었다.
그럴만도 한게 철원 지역이 폭설로 교통 통제가 된지 이틀째이다.
부대까지 올수있는 도로는 전부 폐쇄된 상태이다.

"하늘이 뻥 뚫렸나보다! 눈도 눈도 징글맞게 내린다!"

위병소 근무를 하던 조중사는 하늘을 보고 담배를 피워물고 있었다.
그때, 위병소 정문에 중년부인이 서있는 걸 발견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네, 수고하십니다. 제 아들이 이 부대에 있는데 면회 좀 할라꼬요~"

"일요일 면회시간이 다 끝났는데, 지금 오신겁니까?"
"아~ 네! 제가 아래쪽에서 출발하느라 지금 도착해서예~ 
 우리 아들 얼굴만 한번 보면 될낀데, 어찌 좀 안되겠습니꺼?"

조중사는 난감하기는 했는데, 이 눈보라를 뚫고 온 면회객이라
매몰차게 규정대로 할수가 없었다.

"규정상 면회 시간 외에는 절대 안되는데, 오늘은 잠시 내려오라 하겠습니다."

그 부인을 면회실로 안내하며 따뜻한 녹차 한잔을 내어드리고는,
위병소로 와서 내무반에 김성진일병을 호출했다.

그리곤 혼잣말로,
"그나저나 이 폭설에 여기까지 어떻게 오신거지?" 라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20여분후, 김일병이 도착했다.

"왜 이리 늦게 내려와? 면회왔다는 소리 못 들었어?"
"일병 김~성~진! 네 들었습니다. 보초나가있어서 교대 근무자가 올라와
 교대를 해주었습니다. 보초복 갈아입고 바로 내려왔습니다."

"그래, 하여튼 어머니 면회실에 계시니 들어가봐! 이번만 특별히 봐주는거야~
 그리고 어머니께 저녁 6시 이후에는 면회안된다는거 단단히 말씀드리고!"

이 말을 듣던 김성진일병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조중사에게 이야기를 한다.

"저희 어머니 말씀입니까? 어머니는 4년전 돌아가셨는데..."

오히려 그 대답에 조중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바로 면회실로 들어가보니,
면회실에는 녹차가 담긴 컵만 놓여있을뿐 아무도 없었다.

"저를 찾는 면회객였단 말입니까?"
"그래 임마, 분명 너희 어머니라고 널 불러달라고 했단말야!"




그때, 위병소 근무를 하던 최상병이 급하게 조중사를 불렀다.

"조중사님, 큰일 났습니다. 3중대 초소 뒷편 산에 눈사태가 나서
 근무자 2명이 초소안에 매몰되었답니다."
"뭐라고? 그래서~ 어떻게 됐어?"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연락받고 출동했는데,
 묻힌 눈이 너무 많아 생사는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때, 얼굴이 하얗게 질린 김일병이 조중사에게 이야기한다.

"중사님, 방금 제가 연락받고 근무교대하고 내려온 곳이 3중대 초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