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초, 당시 LG인터넷과 데이콤의 합병 문제로
데이콤의 강성노조는 직장을 폐쇄하고 파업엘 들어갔다.
특히 LG인터넷과의 합병이 데이콤 입장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아내를 처음 만날때 즈음,
그녀는 천리안(데이콤)을 다녔고, 나는 채널아이(LG인터넷)을 다녔다.
결국 데이콤과 LG인터넷이 합병하기로 하고,
두 회사간의 서비스와 회원 등을 어떻게 합칠지에 대한
논의를 하기위해 양쪽 회사에서 TF가 구성되었었는데,
난 이쪽, 그녀는 저쪽의 TF였던것이다.
역삼동에 있는 데이콤 빌딩에 들어서니 붉은 글씨의
현수막이 "LG인터넷은 자폭하라!!" 라고 써져있어서
같이 들어서던 우리회사 직원들은 슬그머니 LG 사원증을
목에서 풀러 주머니에 꾹꾹 숨겨놨었던 기억이 난다. ^^
어쨌거나 저쨌거나,
TF 구성된지 얼마 안되어서 난 그녀와 첫 데이트를 하게되고,
서로의 회사 동료들에게 말도 못하고 쉬쉬 연애를 했었다.
불과 며칠전까지만해도 머리에 띠를 두르고 LG그룹을 비난하던 "줄리엣"가의 그녀가
(그녀는 강성노조가 아니라, 그당시엔 모든 데이콤 직원들이 시위를 했었던듯)
원수(?)집안인 "로미오"가의 사람을 만나기 시작한것이었다.
몇년후, 우리가 결혼할때 사람들은
"이 사람들은 회사를 합치라고 보냈더니 자기네들이 합쳐다"라고 농을 던지곤 했었다.
스포츠에도, 정치에도, 기업경영에도.... 최근 신문을 들춰보면
영원한 동지도 없지만, 영원한 적도 없다는걸 느끼게 하는 요즘이다.
덧글) 가끔 차타고 데이콤 빌딩을 지날때,
어색한 LG마크의 간판을 보면서
난 이안군에게 늘 이야기한다.
"저 회사때문에 네가 있게 된것이다!!" 라고!!!

[ 리 플 ]
A : 엘지 데이콤 빌딩(버스 타면 그렇게 안내가 나와요)에는 맛난 일리 커피집이 있습니다!
ㅋㅋ 로미오와 줄리엣.. 비밀데이트하는 것도 재밌을 듯 하네요.. ^^
B : 재미있는 사연이네요 ^^
C : 역시 인연이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이뤄지나 봅니다.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것을 통해서
우리가 가진 신념이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재밌는 사연 잘 읽었습니다. ^^
D : 역삼동 제일모직 시절(의왕천도 이전...)
우리건물 맞은편에 데이콤 빌딩이 있었지요.
저는 항상 730번 버스, 그 건물앞에서 내렸답니다
언젠가부터... 그게 LG데이콤으로 개명하더군요.
잉~? LG 가 인수했나...?
근데, LG 가 데이콤만 인수한게 아니로군요. ㅋㅋㅋ...
아아~, 나의 로미오는 어디에 있는건지... (T_T).
이번 크리스마스가 이세상 수많은 솔로들에게...
활발한 M&A가 성사되는... 산타의 축복을.
E : ^^;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tag가 더 철학적이네요.
F : 하하.. 너무 재미있어요~
G : 과장님, 글 너무 재미있어요! 늘 들려서 읽기만 하다가 댓글 달아봅니다. ^^
H : 흠 재미있는 얘기는 저 데이콤 사옥 삼성물산에서 지었네여..
제가 입사할 때 쯤 마무리 되었져..
삼성이 지은 건물에 LG가 들어간 거네여.. 그것도 적과의 동침인가여? ㅋㅋㅋ
J : 근데 '로미오가' '줄리엣가' 보다 '몬태규가' '캐플릿가' 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ㅋ
I : 제가 원래 항상 한두군데가 어리숙합니다. 주인따라 글도 어리숙하네요.
정확한 지적 감사드리고, 그냥 글의 어수룩을 위해 수정은 안하고 놔둘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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