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제가 집 나간지 9일이나 지나갔더군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동물원 우리가 아닌 산속을 뛰어다니느라
이렇게 시간이 많이 지나갔는지도 몰랐습니다.
사실 춥고 배고프고 무섭긴 했지만,
태어나서 6년동안 가장 신나고 행복한 시간이 바로 청계산에서 9일이었습니다.
전 태어날때부터 사육사 형들이 우유를 먹여줬고,
늘 우리 안으로 던져주는 영양식들을 먹느라 고생이라곤 전혀 모르고 살았습니다.
(뭐 그렇다고 팔자좋은 엄/친/곰은 아닙니다! 욕하지 마세요~~ ^^)
그런데, 우리 안에서는 뭔가 늘 허전하더라고요!
할아버지한테 이야기 들으니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말레이시아 열대우림에서 뛰어다니며 물고기도 잡아먹고,
벌꿀통의 꿀도 따먹으며 진짜 재밌게 사셨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늘 우리 안에서 인간 애들이 던져주는 과자나 받아먹고,
들어가서 한두번 헤엄치면 콩크리트 벽이 막아버리는 수영장에서
왔다갔다 답답한 헤엄밖에 못했거든요.
겨울이라 바짝 말랐지만 청계산의 낙엽 밟는 소리는 평생 못 잊을거예요!
며칠전 밤에 청계산 나무그루 아래에서 맞은 하얀 눈 냄새도 못 잊을거예요!
배고픔에 떨고있는 나에게 청솔모 다람쥐가 던져준 야생 밤 맛도 못 잊을거예요!
오늘 비록 사육사 아저씨들에게 마취총을 맞고 다시 동물원에 들어가지만,
저는 제 기억속에 이번 바깥나들이 9일을 제 가슴속에 품고 살렵니다.
이 글을 보시는 인간 누나&형들은 아마 제가 동물원에 갇혀 있듯이,
간혹 일상생활이 답답하게 느껴지시기도 할거예요! 그렇죠??
"여러분들은 저처럼 가슴에 어떤 추억을 품고 사시나요?"
- 서울대공원 말레이곰 꼬마가 -
덧글1) 말레이곰의 탈출 이유가 연상부인곰과의 짝짓기 스트레스때문였다는 추측기사가 있더군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가정이 편해야! 가정불화가 있으면 남편이 집밖으로 돌곤 하죠 ㅋㅋㅋ
덧글2) 삼성 서초사옥 앞에 있는 펜더곰들은 잘 있는지 모르겠네요??? ☞ 관련글 보기
[덧 글]
A : 말레이곰 꼬마 허세 종결자. ㅋㅋ
B : ㅎㅎㅎㅎㅎ 참 역시~ 과장님 다우세요
C : "가슴에 탈출의 추억을 품고..."...라고 부제를 붙여도 될 듯... ^^;
사람이라면 "일탈"...? 음... 이건 약간 곤란할 수도... ^^;
D : 정말 곰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듯 하네요.... ^^
E : 아우 증말..ㅋㅋ 과장님!!!!! ㅋㅋ 우리 꼬마곰이 저런 사연이 있을 줄이야...
F : 하하~ 너무 재미나게 잘 쓰셨네요 또다른 시각~^^
G : 혹시 9일동안 "꼬마"와 동거 동락 하시지는 않으셨는지요?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절절히 "꼬마"의 마음을 읽어 낼수가^^
그곳에서라도 편히 명이 다할때까지 살았으면 좋겠네요,,,^^
H : ㅎㅎ 넘 귀엽네요 꼬마곰~~ 날씨 추워서 잡히기로 결정한 게 아닐까 했었다는.. ^^
J : 얘는 평생 자유로웠던 마지막 시간이겠네요. ㅜㅡ
K : 허.. 비슷한 기사가 있네요 ㅋㅋ
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65352
I : 헉~~ 저 이 기사 보고 쓴거 아니예요.. ㅜㅜ 사람 생각이 다 비슷한가 보네요.
역시 기사라서 그런지 더 재밌게 구성되어있네요. ㅋㅋㅋ
K : 넵. 그런 의미는 아니구요. 두분이 비슷한 생각을 하셨나 보다 . 싶어서요 ^^
L : 그냥 잡히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사람을 해할 위험만 없다면)
꼬마야! 힘내라!
M : 말레이곰아~ 다음부터 그렇게 도망가지 말레이~
N : tag ^^ 꼬마야 꼭 다시 나와~~ 꼬마랑 만나고 오셨나봐요.
조금은 안타까운사연.... 서초사옥 팬더곰도 있었군요 ^^!
O : ㅋㅋㅋㅋㅋ
정말...대단한 독심술?!! 그 누구더라....하이디가 따로 없군요! ㅋㅋ
P : 캬...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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